카테고리 없음

2026년 3월 28일 초록봉 후기

somedayhiking 2026. 3. 29. 18:42

이번에는 좀 무리해서 동해까지 원정 등산을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거기까지 가서 산을 타야 하나?” 싶었는데, 요즘 사람 많은 산만 다니다 보니까 조금 질린 것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덜 알려진 곳, 조용한 산을 찾다가 초록봉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부터 뭔가 끌려서 별다른 정보 없이 그냥 가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초록봉 코스는 전체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강하다. 흔히 가는 유명 산들처럼 길이 잘 닦여 있다기보다는, 약간은 거친 느낌이 남아 있다. 초반에는 숲길 위주라서 그냥 평범한 등산 같았는데, 점점 올라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중간중간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서 바다가 보이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인상적이다. 산을 오르는데 동시에 바다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라서 약간 이질적인데, 그게 또 매력이다.

 

길 자체는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발 디딜 때 신경 써야 하는 구간이 꽤 있다. 돌길이나 흙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서, 한 발 한 발 조심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대신 그만큼 “등산하는 느낌”은 확실하게 난다. 정비된 계단 위주 코스보다 이런 길이 더 취향인 사람들한테는 잘 맞을 듯하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바다랑 산이 같이 보이는 풍경이 펼쳐지는데, 이때 살짝 감탄 나왔다.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까 더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조용한 데서 바람 소리만 들으면서 앉아 있으니까, 굳이 음악도 필요 없더라.

런 게 원정 등산 오는 이유인 것 같다.



 

확실히 초록봉은 많이 알려진 산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올라가는 동안 몇 팀 못 만났고, 정상에서도 북적이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청계산이나 북한산 같은 데 익숙해져 있으면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처음에는 “이 길 맞나?”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 있어서 좋았다. 사람 많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예 없으니까, 등산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산하고 나서는 동해까지 온 김에 제대로 먹고 가야 했다. 근처에서 회랑 물회로 마무리했는데, 이건 그냥 반칙이다. 바다 보고 내려와서 바로 해산물 먹는 코스는 실패할 수가 없다. 특히 물회는 시원하면서도 매콤해서, 등산하면서 올라간 열을 한 번에 식혀준다. 사실 이 한 끼 때문에라도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초록봉은 “굳이 찾아가지 않으면 모를 산”인데, 그래서 더 좋은 곳이다. 유명한 산들은 편하고 접근성도 좋지만, 이런 숨겨진 산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조용하고, 덜 정제돼 있고,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